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인물로 나왔다.
23일(현지시간) 타임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고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7월판 표지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이 열린 2017년 5월에도 타임지 아시아판 표지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룰 수 있는 한국의 지도자라고 평가하며 '협상가라(the negotiator)는 제목을 붙였다.
당시 표지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갈등을 타개하는 협상가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거칠고 굳은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표지에서 문 대통령은 부드러운 미소를 띈 채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나왔다. 제목은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다.
청와대 측은 "최종 확인을 거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아시아판 등에서 표지에 실릴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렸던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사람들의 눈과 태도가 평화를 향한 강한 열망을 보여줬다"며 "나는 북한이 완전히 달라졌고, 발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두눈으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한국 지도자 최초로 북한에서 연설을 했다면서 "2017년 5월 당선된 이후 줄곧 계획했던 길고 괴로운 과정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당시 북한이 ICBM을 비롯한 무기실험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벌인 점을 언급하면서 "남북이 2013년 이래로 공식적인 대화가 없었던 가운데, 무자비한 독재자와 지정학 초보 사이에 잡힌 문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타임지에 "우리는 실제로 전쟁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이어 "문 대통령은 세상이 심연에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공동 대표단을 파견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하면서 화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서 만났다"며 "18개월 동안 외교가 놀라운 속도로 진전을 이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3번, 시진핑 중국 주석과 5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번, 트럼프 대통령과 3번 만났다"고 부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폴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타임지는 그러나 "이후 상황이 무너졌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회담은 진전없이 끝났다"며 트럼프가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북한은 2020년 6월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미사일 시험을 재개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대통령은 5월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의 새 지도자들에게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동력을 부여하도록 설득했다"며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때문에 자신의 고향을 치유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전염병과 지구 온난화, 중국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탓에 북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지 모르지만, 북한은 정말 심각한 위험"이라며 북한이 아직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과 핵무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임지는 "트럼프의 변덕 이후, 문 대통령은 바이든 같은 실력 있는 정치인이 일을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문 대통령은 이 도전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지만, 수십억 명의 운명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아주 취약한 것이고,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한 것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도 소개하고, 바이든 당선 이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문 대통령의 대북 협상 재개 노력을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의 반발에 대해서도 다뤘다. 타임지는 "문 대통령은 자신의 대가를 치렀다"며 "그의 정치적 반대자들은 학생 시절 군사독재에 반대해 수감됐던 인권 변호사가 김 위원장과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 핵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문 대통령이 재차 언급한 점을 소개하는 등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여전한 점, 문 대통령이 남북 간 백신 협력을 언급했으나 상황을 타개할 아이디어는 마땅하지 않다는 우려 등도 함께 소개했다.
https://newsis.com/view/?id=NISI20210624_0017595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