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1만 4천 명을 배에 승선시켜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이 모두 구한 것으로 유명한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기적의 항해를 가능하게 한 라루 선장이
신자들의 모범으로 공경받을 수 있도록
복자품, 성인품에 올리는 시복시성 운동을 본격화하기로 결의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인민군의 남침으로 한때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에 나서서
통일이 눈앞에 다가오는듯 했으나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통일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고
시베리아 뺨치는 매서운 겨울 한파에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국군과 유엔군은 흥남 부두를 통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국군이 철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피란민들은 어떻게 해서든
배에 타겠다는 일념으로
흥남 부두에 모여들었다.
당시 흥남 부두에 정박했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는
피란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배에 실려 있던 군수품을 바다에 던지고
사람들을 승선시키라는 지시를 내린다.
7,600톤급이라 결코 작은 배는 아니었지만
화물 운송이 목적인 선박이어서
정원 60명에 불과했던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는
정원을 아득히 초과한 1만 4천여 명이 탑승해
남쪽으로 뱃머리를 향했다.
전쟁통이라 기뢰가 깔린 동해바다를 지나면서도
항해 3일 동안 아무런 사고도 없었고
배에서는 사망자가 나오기는커녕
5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다.
메러디스 빅토리 호가
경상남도 거제에 도착해 피란민을 내린 날은
12월 25일 성탄절이었다.
메러디스 빅토리 호가 구한 피란민은 1만 4천여 명이었지만
이들의 후손은 현재 1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라루 선장은 1954년
미국 뉴저지의 성베네딕토회 뉴튼수도원에 입회했다.
수도원에 입회하면서 받은 수도명은
마리너스(Marinus)였다.
마리너스 수사는 2001년 87세를 일기로 선종할 때까지
수도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수도생활에 전념했다.
마리너스 수사가 세상을 떠난 후
흥남 철수 작전 때 수많은 피란민을 구한 이야기가 재조명되면서
그에 대한 시복시성 절차가 2017년부터 진행되기 시작했다.
시복시성 대상자가 교황청 시성성에 후보자로 접수되면
'하느님의 종' 칭호가 부여되는데,
마리너스 수사는 현재 하느님의 종 단계에 있다.
2021년 6월 16~19일 사흘간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마리너스 수사가 시복될 수 있도록
미국 교회 전체가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교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하느님의 종 마리너스 라루'의 덕행을 조사한 후
전기(傳記)를 작성해 교황청 시성성으로 보내게 된다.
주교회의는 마리너스 수사가 선장으로서 보여준 영웅적 행동,
수도자로서 보여준 청빈과 순명하는 삶이
시복시성 절차를 이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느님의 종에 대한 시성성의 조사가 진행되어
신자들이 공경해 마땅한 '영웅적 덕행'이 있다는 걸 인정받으면
'가경자' 칭호가 부여되고,
가경자 단계에서 해당 대상자에 의한 기적이 공인되면
'복자' 칭호가 부여되며,
복자 단계에서 해당 대상자에 의한 다른 기적이 공인되면
'성인' 칭호가 부여되어
그가 천국에서 하느님의 영광과 함께하고 있음을
교황이 전세계 신자들에게 공포하게 된다.
하느님의 종 → 가경자 → 복자 → 성인의
각 단계마다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백 년 단위에 이르기 때문에
마리너스 수사가 복자품에 오르는 걸 보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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