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지인에게 건네 유포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정성완 부장판사는 16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2)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성관계 촬영물은 직접 촬영한 원본이 아니고 재촬영(재생한 촬영물을 찍은 촬영물) 파일의 편집본"이라며 "법률 개정 이전의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재촬영물은 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유일한 쟁점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파일이 원본파일인지 재촬영물인지 여부"라며 "증인 증언에 앞서 파일의 과학적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16년 3월 여자친구 B씨와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뒤 B씨의 동의없이 지인에게 메신저를 통해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됐다.

검찰은 유포된 촬영물이 재촬영물로, 처벌대상이 아니라며 A씨에 대해 두 차례 연속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B씨의 항고로 수사가 재개됐고 재수사를 한 서울고검이 유포물 중 하나를 직접 촬영물로 판단해 올해 3월 A씨를 기소했다.

사건 당시 대법원 판례와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 찍은 영상을 반포했을 때만 처벌이 가능했다.

이후 원본뿐만 아니라 재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됐으나 법 개정 전 일어난 A씨 사건의 경우 소급처벌할 수 없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7월16일로 지정하고 검찰의 추가 입증계획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