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년 전,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노동 현장의 죽음이 그래 왔듯 그의 죽음 역시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그냥 잊혀질 산업재해였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끈질긴 추적과 싸움 끝에 회사 측 관계자 세 명을 법정에 세웠고 오늘 유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두 집행유예였습니다.
잊혀진 죽음이 되지는 않았지만, 현실은 아직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을 수 없는 겁니다.
먼저, 류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19
년
10
월
30
일.
부산 남구의 경동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한 남성이 흙바닥에 누웠고 구급대원들은 급히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정순규 씨.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유가족과 경찰은 4미터 높이의 구조물, 비계에서 떨어져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추락사고를 막을 안전 그물망도, 안전고리도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를 확인할 수 있는
CCTV
나 목격자도 없는 상태에서 원청업체인 경동건설은 추락사고의 원인을 정 씨의 과실로 몰아갔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부산지방노동청 역시 사측의 주장을 비중 있게 받아들였고, 검찰 역시 원하청 관계자에게 징역 1년 6개월만을 구형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 1년 8개월 만에 열린 1심 선고 공판.
피고인인 경동건설 관계자가
20
분 늦게 법정에 나타나면서 재판은 지연됐습니다.
뒤늦게 재판이 열렸지만, 선고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검사와 변호인, 피해자 피고인 진술도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원청인 경동건설 현장감독과 하청업체 관계자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과 금고 4개월을 선고했고, 그나마 형 집행을 모두 유예했습니다.
사측에 부과된 벌금은 고작 천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하도급을 줬더라도 원청이 현장 안전관리 의무를 다했어야 한다"며 사측의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정 씨가 안전한 통로로 돌아 나오지 않고 '수직 사다리로 내려와 사고가 났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판결에) 회사에서 얘기하는 내용의 원인만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족들은 선고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검찰 측에 즉각 항소를 요청했습니다.
MBC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