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어로행위 단속 과정에서 어선이 도주하다 선장이 배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국가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김모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은 2015년 4월22일 오후 7시45분쯤 가덕도휴게소 앞 감수서(돌출된 암초) 인근 해상에서 소등한 상태로 있던 박모씨의 선박을 발견했다.
선박에는 박씨와 김모씨가 승선해 있었는데 이들은 단속정이 접근하자 최대 속력으로 도주했다.
단속정은 사이렌을 울리며 추적하다 시야에서 놓쳤는데 잠시 후 선박이 감수서와 충돌해 크게 파손된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골절상을 입은채 암초 위에서 발견됐고 박씨는 이후 오후 8시25분쯤 바다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박씨의 배우자와 어머니는 과잉단속으로 박씨가 숨졌고 감독공무원들이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과잉단속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감독공무원들이 박씨가 물에 빠졌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단속정을 이용해 곧바로 해상수색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박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53%로 술에 취한 상태로 적법한 단속을 피해 무리하게 도주하다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40%로 제한해 박씨의 배우자에게 7400여만원, 어머니에게 4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감독공무원들이 박씨에게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긴급 상황임에도 수색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정을 사고 현장에서 이탈하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형적 익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체로 5~8분 정도인데 박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작업복과 털 장화 등 복장의 제약으로 더 단시간이었을 것"이라며 "단속정으로 즉시 해상수색에 착수했더라도 생존가능 시간 내 박씨를 발견해 구조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직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과 결론을 같이 했다. 다만 이유는 조금 달랐다.
대법원은 "공무원들이 박씨의 추락 위치를 몰라 사고선박 주변에서부터 수색범위를 점차 넓혀갈 수밖에 없었고 당시 단속정 워터제트 흡입구에 이물질이 끼어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며 "단속팀장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제한된 인원과 장비로 무리하게 수색하기보다 본부에 단속정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수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속정을 본부에 보내지 않고 무선으로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당시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결정이 결과론적·사후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전혀 합리성이 없다거나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 이유 중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결론은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